물의 pKa + α
유의사항
이 글에서는 물의 가 이 아닌 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기화학 과제나 시험 등에서는 선생님/교수님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는 이상 수업에서 배운 값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세 출처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물의 에 관하여:
- What is the pKa of water? on LibreTexts
- pKa Values in the Undergraduate Curriculum: What Is the Real pKa of Water? by Silverstein and Heller, published in the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일반적인 에 관하여:
- pKa Values in the Undergraduate Curriculum: Introducing pKa Values Measured in DMSO to Illustrate Solvent Effects by Silverstein and H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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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일반화학 서적에 따르면 물의 는 입니다1. 하지만 대부분의 유기화학 서적과 자료에서는 물의 가 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David Klein 저 Organic Chemistry에서의 한 예시입니다.
또 유기화학자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Ripin과 Evans의 표도 그렇고요.
이 값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2. 먼저 각 화학종의 활동도(activity, )3로 산 해리 상수(acid dissociation constant, )를 쓰면
묽은 용액의 경우 활동도를 몰 농도로 근사할 수 있습니다4. 따라서 이고 입니다. 또한 순수한 물의 경우 이며 입니다.
최종적으로 남은 변수는 입니다. 물을 용매로 생각하여 이 값을 로 설정하는 것 대신 물을 용질이라 생각하여 물의 몰 농도를 활동도에 대입할 것입니다.
물의 몰 농도를 구해봅시다. 물의 분자량은 이며 밀도는 에서 입니다. 따라서 물의 몰 농도는 는 입니다. 이 값을 물의 활동도에 대입하면 이라는 값을 얻게 됩니다.
위 유도식은 총 세 가지 이유로 틀렸습니다.
- 물의 활동도는 단순히 입니다: 기준 상태의 순수한 물질은 활동도가 로 정의되기 때문이지요.
- 용매인 물을 용질로 취급하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물의 ‘농도’를 계산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 설령 용납하더라도 는 묽은 용액으로 가정하기에 너무 큽니다. 따라서 활동도를 몰 농도로 근사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실수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왜 이 잘못된 너무나도 널리 받아들여졌을까요? 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What is the pKa of water?”글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실수는 브뢴스테드(Brønsted) 같은 유망한 화학자들도 여러분처럼 햇갈리면서 시작된, 그런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실수입니다. 그 이후 어떤 물리유기화학자들이 물의 를 간접적으로 계산하려다 정확히 똑같은 실수를 범하였으며, 이런 오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수많은 출판물과 서적과 표에 그대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기화학을 배우는 수천만의 학생들이 헷갈린 것은 덤이고요.
물의 를 유도하는 옳은 방법은 와 값의 대입부터 이어집니다.
이때 물의 활동도는 아시다시피 입니다. 이 ‘’은 계산에 아무 의미가 없지만, 화학적인 의미는 지대합니다. 이는 물이 ‘기준 상태’인 순수한 액체로 존재함을 내포하며, 따라서 이라는 값은 필연적으로 물이 용질이 아니라 용매임을 암시합니다. 계속해서 용매를 강조해왔지만 이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강조할 부분입니다.
물은 용매이면서 산이다
비록 물의 가 임을 위에서 확정지었지만 이 값을 활용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아래 예시를 한 번 봅시다.
아세틸렌의 가 암모니아의 보다 더 작으며, 따라서 아세틸렌은 암모니아보다 더 강한 산입니다. 참 쉽죠?
더 구체적으로는 위 값들이 물이 용매임을 가정하기에 물에서 아세틸렌이 암모니아보다 더 강한 산입니다.
다른 예시를 봅시다.
이 경우에는 acetylacetone(좌측의 1,3-diketone)은 용매이며 산으로 작용하는 물보다 더 강한 산입니다. 만일 acetylacetone과 산/용질로만 고려되는 물의 세기를 비교하고 싶다면 물이 아닌 다른 용매에서 비교해야 합니다.
Dimethyl sulfoxide(DMSO) 용매계에서 acetylacetone과 물은 새로운 를 갖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 새 도 단순히 라고 지칭하나 헷갈리지 않도록 특별히 라고 지칭하겠습니다.
Acetylacetone과 물의 를 통하여 acetylacetone이 산/용질로 작용하는 물보다 더 강한 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단점
다른 용매계에서 산의 세기를 비교하는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일부 산에 대하여 산의 세기의 순서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물에서 아세트산은 암모늄 이온보다 더 강한 산입니다(위 화학평형). 하지만 DMSO에서는 암모늄 이온이 아세트산보다 더 강한 산이며(아래 화학평형), 보시는 것과 같이 산의 세기의 순서가 반대입니다.
pKa ≠ 산의 세기?
유기화학에서는 산의 세기가 그 산의 고유한 성질이라고 배우게 되며 이 성질의 척도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여준 예시와 같이 산의 세기는 산의 고유한 성질이 아니며 용질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물을 용매로 한 를 다른 용매(예를 들어 DMSO)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적용하는 것은 실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수가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아래는 와 의 그래프입니다. 대체로 가 증가할 때 또한 증가하는 것이 보입니다. 즉, 한 용매계에서 강산은 다른 용매계에서 강산이며, 다른 용매계에서 약산은 다른 용매계에서 약산임은 분명합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메탄올과 아세트산과 같은 극성 양성자성 용매(polar protic solvent)의 경우 는 산의 세기를 예측하는 데 매우 좋은 척도입니다. 이는 모든 극성 양성자성 용매에 화학종이 비슷한 양상으로 용해되기 때문이지요.
아세톤이나 THF와 같은 극성 비양성자성 용매(polar aprotic solvent)의 경우 는 산의 세기를 예측하는 데 나쁘지 않은 척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으로는 가 월등히 좋으며 가능하다면 극성 비양성자성 용매를 다룰 때 대신 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 (물을 용매로 하는) 물의 는 가 아니라 이다.
- ‘동시에 용매와 산으로 작용하는 물’과 ‘산으로만 작용하는 물’의 산의 세기는 별개이다.
- 산의 세기는 고유한 성질이 아니며, 용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추가 문헌
다양한 용매계에서의 산-염기 평형을 다룬 책이 있으며, 궁금하시다면 한 번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 Acids and Bases: Solvent Effects on Acid-Base Strength by Brian G. Cox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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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에 따라 또는 . ↩
-
이 글에서 소개된 방법 말고도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매우 엄밀한 의 유도 과정을 포함한 더 완전한 설명은 “What is the pKa of water?”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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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도는 화학종의 ‘실질적 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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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도를 몰 농도로 근사하는 과정을 더 엄밀하게 설명하자면 다음 공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 는 용매, 용질, 농도 등의 영향을 받는 활동도 계수이며 농도가 에 접근할 때 (무한하게 희석할 때) 에 수렴하게 됩니다. 는 몰 농도이고 는 기준 상태이며 주로 로 정의합니다. 활동도 는 차원이 없는 값이며 따라서 일반화학에서 배웠듯이 모든 평형 상수 또한 차원이 없습니다. ↩